마스크를 쓰고 수면에 얼굴을 담갔을 때, 처음엔 그냥 산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움직였다. 3미터짜리 날개를 천천히 펄럭이며, 거의 소리 없이 내 머리 위 2미터 지점을 가로질러 지나갔다.
만타가오리였다.
심장이 조용히 멈췄다 다시 뛰었다.
왜 코모도인가
코모도 국립공원은 인도네시아가 '코럴 트라이앵글'의 일부라는 걸 체감하게 해주는 곳이다. 코럴 트라이앵글은 전 세계 산호초의 70% 이상이 분포하는 지구상 가장 다양한 해양 생태계 권역이다. 코모도는 그 한가운데에 있다.
깊은 바다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해류가 플랑크톤을 끌어올리고, 그게 먹이 피라미드 전체를 풍부하게 만든다. 만타가오리, 귀상어, 상어, 거대 트레발리, 거북이. 그 모두가 한 해역에 공존하는 이유다.
만타포인트 — 왜 이곳이 특별한가
코모도에서 가장 유명한 스노클링 포인트는 '만타포인트'다. 이곳에 크리닝 스테이션이 있다. 만타가오리는 작은 물고기들이 기생충을 뜯어먹어 주는 '세탁소'에 반복해서 돌아온다. 덕분에 이곳은 운에 달린 조우가 아니라, 확률이 높은 조우가 가능한 장소다.
성수기(93월) 기준으로 가이드에게 들은 바로는 "주 45일은 반드시 있다"고 한다. 직접 가본 날은 개체 세 마리가 20분 동안 주변을 맴돌았다. 쫓아가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더 가까이 온다.
스노클링으로도 충분히 볼 수 있다. 만타가오리는 표층에 가까이 올라와서 먹이를 먹기 때문에 스쿠버 장비 없이도 마주칠 수 있다.
핑크 비치 — 가장 쉬운 스노클링
초보자에게 가장 접근하기 좋은 포인트는 핑크 비치다. 해변에서 10~15미터만 헤엄쳐 나가면 바로 산호초가 시작된다. 수심이 얕고 조류가 거의 없어서, 처음 스노클링을 해보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산호 종류가 다양하고, 열대어도 많다. 파란 파충류처럼 생긴 파로트피시, 아네모네피시(일명 '니모'), 삼각형 등지느러미가 특징인 트리거피시 등이 돌아다닌다.
물에 들어가기 전에 꼭 확인할 것 — 산호초 안전 자외선 차단제(리프 세이프) 여부다. 일반 선크림의 화학 성분은 산호에 독이 된다. 코모도 국립공원에서는 레인저들이 가끔 체크하기도 한다.
카나와 섬 — 거북이를 보고 싶다면
리브어보드 마지막 날 들르는 카나와 섬은 바다거북 목격률이 높다. 특별히 신기한 지형이 있는 건 아니지만, 물이 맑고 산호가 건강하다. 스노클링 마지막 날을 편안하게 마무리하기에 딱 맞는 포인트다. 나는 거기서 녹색 바다거북을 세 마리 봤다.
다이버들에게 코모도는
스쿠버 다이버라면 코모도는 위시리스트에 올려야 할 곳이다. 캐슬록, 크리스탈 록, 볼케이노, 바투 볼롱 같은 포인트들은 인도네시아에서도 손꼽히는 드리프트 다이빙 포인트다. 강한 해류 때문에 초보 다이버보다는 중급 이상에게 맞는 환경이지만, 그 해류가 가져오는 시야와 생물다양성은 대부분의 다이버가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이다.
만타레이 뿐만 아니라 귀상어, 나폴레옹피쉬, 피그미시호스, 각종 누디브랜치도 흔히 볼 수 있다.
장비와 준비물
리브어보드에서는 기본 스노클링 장비(마스크, 스노클, 오리발)를 제공한다. 하지만 자기 마스크가 있으면 가져가는 게 낫다. 얼굴에 맞지 않는 마스크는 물이 계속 들어와서 쾌적하게 즐기기 어렵다.
카메라는 방수 케이스나 고프로를 추천한다. 만타를 만났을 때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면 나중에 두고두고 아쉽다. 경험해봤다.
마지막 장면
마지막 날 아침, 카나와 섬 앞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마치고 배로 올라오는 길이었다. 래더를 잡고 반쯤 올라왔을 때 가이드가 "뒤 봐요"라고 했다. 돌아보니 바다거북 한 마리가 수면 가까이에서 고개를 내밀고 숨을 쉬고 있었다.
5초쯤 눈이 마주쳤다가, 거북이는 천천히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게 코모도 마지막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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