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다르 섬 정상 사진은 워낙 많이 돌아다닌다. 세 가지 색의 해변이 구불구불한 능선 아래로 펼쳐지는 그 장면 — 인스타그램, 여행 블로그, 항공사 광고에서 수십 번은 봤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막상 정상에 서면 "설마 이게 맞아?"라는 기분이 드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사진과 다른 점이 있었다. 훨씬 컸다. 실제 눈앞에서 펼쳐지는 풍경은 가로로 180도 가까이 트여 있었고, 바람이 셌고, 발아래 절벽과 바다의 거리감이 사진으로는 절대 전달이 안 됐다.
파다르 섬은 어떤 곳인가
파다르 섬은 코모도 섬과 린차 섬 사이에 있는 작은 무인도다. 코모도왕도마뱀은 살지 않는다. 이곳의 이유는 단 하나,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다.
세 개의 만이 하나의 능선 아래에서 만나는데, 그 모래 색깔이 각각 다르다. 동쪽은 흰 모래, 남쪽은 화산성 흑모래, 서쪽은 산호 조각이 섞인 연분홍빛 모래. 이 세 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뷰포인트가 정상에 있다.
트레킹 난이도
무서운 건 없다.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 하지만 가파른 건 가파르다.
올라가는 시간은 20~40분. 거리는 약 1km에 고도 상승이 200m 정도다. 대부분 돌계단과 흙길로 이뤄져 있고, 가장 가파른 구간에는 손잡이가 있다. 중간에 쉬고 싶으면 쉬면 된다. 그게 창피한 곳이 아니다.
진짜 주의할 건 그늘이 없다는 점이다. 정수리를 찌르는 적도의 햇볕을 피할 나무가 없다. 오전 9시~오후 2시 사이에 올라가는 건 체력 소모가 심하고 사진도 역광이다.
일출 vs 오후, 어느 타이밍이 좋을까
일출 (오전 5시 30분~6시 출발):
리브어보드에서만 가능한 옵션이다. 전날 밤 파다르 섬 근처에 정박하고, 새벽에 작은 보트로 해변에 내려 어두울 때 올라가기 시작한다. 해가 뜨는 순간, 세 개의 만이 하나씩 빛 속에 드러난다.
군중도 없고, 기온도 낮다. 사진 퀄리티는 단연 이 타이밍이 최고다.
일출을 보겠다고 결심했다면 예약 시 꼭 미리 요청해야 한다. 선장이 전날 밤 파다르 근처에 정박하도록 일정을 짜줄 수 있다.
오후 (오후 3시 30분~5시):
대부분의 리브어보드 일정에서 1일 차 오후에 파다르 섬을 방문한다. 햇살이 부드러워지는 시간대고, 내려오는 길에 석양을 볼 수 있다.
낮에 데이트립 배들이 몰리는 시간(오전 9시~오후 1시)이 지난 뒤라 비교적 한산하다. 나는 이 타이밍으로 갔는데, 정상에서 마주친 사람이 열 명도 안 됐다.
사진 찍는 법
정상에는 공식 뷰포인트가 있고, 거기서 다들 똑같이 찍는다. 그 사진도 좋지만, 조금만 더 올라가면 일반 뷰포인트보다 10~15m 높은 바위들이 있다. 거기서 찍으면 구도가 달라진다.
스마트폰이면 충분하다. 최신 아이폰이나 갤럭시는 이 장면을 잘 담아낸다. 광각 렌즈가 세 개의 만을 다 넣기에 좋다. 하늘과 모래사장 사이의 노출 차이가 크니 HDR 모드나 노출 잠금을 쓰는 게 낫다.
인물 포함 사진을 찍을 거라면, 같이 간 사람이 앞쪽 바위 위에 서고 뒤에서 넓게 찍는 구도가 가장 정석이다. 서 있는 사람 크기가 작을수록 풍경의 스케일이 살아난다.
내가 기억하는 순간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 해가 수평선 가까이 내려갔을 무렵이었다. 뒤를 돌아봤더니, 세 개의 만에 각각 다른 색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올라갈 때 봤던 풍경과 완전히 달랐다.
파다르는 올라갔다 내려오는 게 아니라, 다른 빛에서 같은 장소를 여러 번 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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